이성애자 세상에서 자라나는 것
돌이켜 보면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에는 오직 하나의 성 정체성만이 유효하다는 느낌을 주위에서 온전히 받을 수 있었거든요. 즐겨보던 티비 방송부터 책, 알고 지낸 커플과 가족,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 모두에서요.
Germany, Western Europe
Luca Kraus의 이야기. 번역가 Insang Cho
May 17, 2022에 출판됨.
12살 때까지 저는 저와 비슷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상상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동성애자를 말이죠. 원래 이리 과하게 들릴 건 아닙니다만 여성 이외에 누굴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납득할 수 없었거든요. 현실에 동성애자는 존재했습니다. ‘게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게 실제 사람과 연관된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고, 어떤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추상적 표현 그 이상으로 생각한 적도 없었죠.
돌이켜 보면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에는 오직 하나의 성 정체성만이 유효하다는 느낌을 주위에서 온전히 받을 수 있었거든요. 즐겨보던 티비 방송부터 책, 알고 지낸 커플과 가족,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 모두에서요. 온통 세상은 이성애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죠.
물론 시간이 흐른 후 게이를 뜻하는 진정한 의미를 알아냈지만 사춘기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제 현실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진작 내심 알긴 했어도 사실 캐리비안의 해적에 출연한 올란도 블룸을 봤을 때부터 의심은 멈췄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 뇌에 주입된 사회 표준과 가치에 어긋난 현실을 마주할 때면 가슴은 제 자신을 감쪽같이 속이죠. 동성애를 향한 사회의 무지는 고등학교 내내 같은 반 학생들의 다소 잔인한 호기심으로 변질됐습니다. 저는 ‘게이새끼, 계집애 같은 놈, 호모’라는 별명을 가졌고 제 정체를 알아내려 안간힘을 써야만 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요? 사회가 아이나 청소년이 이를 겪도록 방치하는 이유를 최근 제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란 곳은 프랑크푸르트에서 3시간 남짓 떨어진 작은 마을이라 다른 대도시 지역과 다를 수 있긴 해요.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LGBTQ+ [1] 관련 주제나 이야기를 왈가왈부하는 일이 새 발의 피라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유치원이나 어느 학교를 보아도 교육 방식에 LGBTQ+를 포함한 곳이 전혀 없는 현실은 여전히 제 가슴 속을 깊이 후벼파죠.
독일 정치에서는 수년간 학교 교육 과정에 LGBTQ+관련 이야기 및 내용 추가 찬반 토론이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독일 아이들이 그런 내용을 너무 일찍 접해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노심초사하죠. 허나 그들은 전적으로 잘못된 길로 인도되는 겁니다. 성 소수자의 유년기는 이성애자 친구들보다 훨씬 더 많은 부당한 일을 직면하거든요. 유일한 죄라면 그들과 조금 다른 것뿐인데 끊이지 않는 자기 의심을 나날이 하고 외부의 온갖 괴롭힘을 당하며, 매일을 고통 속에 보내죠. 독일 동성애자 아이들이 마주하는 어려움과 고난을 세상에 알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독일의 한 협회인 ‘Coming Out Day e.V’에 [2] 따르면, 동성애자 아이들의 자살 시도율이 이성애자 아이들보다 최대 4배 더 높았다는 게 냉혹한 현실입니다.
단언컨대 동성애 혐오증에 맞서 싸우고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희망은 교육임이 분명해요. 저 바깥엔 눈치를 보고 두려워하며, 왜 굳이 자신들이어야 했는지에 의문을 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현재 우린 이를 송두리째 바꿔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끔 도울 기회를 갖고 있죠. 이 사실을 전달해 주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달라도 비정상적인 건 아니라는 진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 이게 제가 오로지 바라는 바입니다.
[1] LGBTQIA+: 여성 동성애자, 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 전환자, 성 소수자 전반 혹은 성 정체성에 갈등하는 사람, 간성, 무성애자를 포함, 이 설명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사람을 뜻하는 축약어.
[2] Coming-out-day.de (2020), “Lesbische und schwule Jugendliche haben eine vier- bis siebenmal höhere Suizidrate”, from: http://www.coming-out-day.de/informationen/fakt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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